책을 통해 신앙의 경계를 넘는 IVP 정모세 대표를 만나다

총신대보
2022-03-23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모세 간사입니다. 현재 IVP에서 대표직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계속 신학을 공부하면서 전도사로 일하다가 2002년에 IVP 출판사의 신학책 담당 편집자 공채에 합격하면서 처음 출판계에 발을 딛게 됐어요. 그리고 이후에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장 생활을 하다가 2014년에 IVP로 복귀하여 편집장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표를 맡던 간사님이 퇴직하게 돼서 작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일하고 있습니다.

 

2. 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의 의미, 방향성과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IVP(InterVarsity Press)는 이름에서 아시듯이 IVF(InterVarsity Fellowship)의 출판부입니다. 복음주의학생선교단체이자 파라처치(Para Church), 즉 교회병행단체인 IVF라는 사단 법인에 속한 수익사업 기관입니다. 이런 형식적인 특징이 저는 IVP의 장점이자 방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사기업처럼 개인 소유주가 소유한 기업이 아니라 사단 법인에 속해있는 단체라서 개인의 이익, 경제적 이익, 개인의 선택 등에 영향받기보다 한국 사회나 교회에 공적인 유익을 끼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IVP는 교회병행단체(Para Church)이기 때문에 교단의 신학이나 정치적 상황, 정치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교회의 전체적인 지형도를 살피면서 공교회성에 기여합니다.

  IVP에서 출간한 책 안쪽에는 “IVP는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을 지향하는 IVP 출판부로,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를 위한 문서운동’을 실천합니다”라고 IVP를 소개합니다. 1978년에 설립된 이후, 천 여권이 넘는 책들을 통해서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을 섬겨 왔습니다.

 

3. 출판하시는 책을 선정하거나 기획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는데, 출간된 책이야말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자 우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책을 낼지가 항상 우리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책을 선정하거나 기획할 때 첫 번째로는 삶의 모든 영역이 신앙의 자리라는 것임을 드러낼 주제와 내용을 찾습니다. 단순히 기존의 기독교 신앙하면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성경이나 신학 관련 도서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 즉 정치, 경제, 문화 같은 영역에도 하나님 나라 복음과 성경적 가치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책들을 출간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로는 교회의 기존 문화와 관심, 성향에 얽매이지 않고 한국교회가 오늘의 시대 상황 속에서 대면해야 할 주제들을 살피고 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책을 출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하고 한국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변하는데, 그 속에서 정직한 질문을 던지면서 성경은 뭐라고 답하는지 기독교 신앙은 뭐라고 대답할 수 있는지를 찾고자 하는 책을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일들의 토대가 될 성경, 신학, 신앙, 영성 등의 부분에서 건전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주제에 관해서도 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4.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서 기독서적, 기독 출판사에 대한 홍보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독 출판계가 두루 성장하고 있는데 IVP 출판사만의 강점 혹은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일반 출판사가 아닌 기독 출판사로서 겪는 장단점이 있으신가요?

  시대가 변하면서 출판 상황이 계속 변화하면서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코로나 19 팬데믹이 크게 기여했지만 그 외에도 기독교 인구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고 다른 방식의 영향력 있는 매체들과 경쟁이 크게 일어나고 있어서 출판 상황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1인 출판사라든지, 개성과 정체성이 선명한 출판사라든지 다양한 출판사가 등장하면서 기독교 출판 생태계가 되게 풍요로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생태계가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출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과제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IVP가 그런 지형 속에서 어떤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출판사들이 자신의 개성을 갖고 다양하게 좋은 책을 내는 가운데 IVP는 어떤 책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IVP의 강점은 계속 쌓아온 IVP 자체의 노하우와 조직 등 안정적인 전통이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 부분이 저희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수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일반 출판사와 비교해 보자면, IVP는 기독교 출판사로서 집중하는 영역, 소통하는 독자가 분명하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과 한국교회를 대상으로 우리가 어떻게 기여하고 소통할지에 초점을 맞히고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전체 출판 시장에서 기독교 출판이 차지하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매출에 한계가 있고 한국교회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단점인 것 같습니다.

  IVP가 기독교 출판사지만 일반 독자들과 소통하고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반 독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독교적 형태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책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가 저희의 장기적인 과제고 시도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5. 영상매체가 발달하면서 더 이상 출판된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세대가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고 하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지식과 감동처럼 책이 줄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하는 다른 매체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에 예를 들면 넷플릭스를 통해서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여러 유익을 얻고 있습니다. 영상 강의를 볼 때마다 재미있고 쉽게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앞으로 대안매체들이 얼마나 더 크게 영향을 미칠지, 그 가능성도 막대하다고 봅니다.

  다만 아직은 그러한 대안매체들이 담지 못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담기 어려운 지식이 종이책에 매우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그것들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지혜롭지도 않다고 생각됩니다. 접근성이 높으므로 또, 재미있고 쉬우므로 그런 매체들을 통한 지식만 얻다 보면, 범위가 굉장히 넓고 깊이가 다양한 지식을 놓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재미있고 편하게 접근한 지식이나 정보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책으로 연결되어 각자에게 유익을 끼치는 상승효과,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종이책의 다른 장점으로는 자기의 시간을 가지고 조금 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내용을 곱씹을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떠먹여 주는 영상의 문해력과는 다른 책만의 문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얻은 문해력은 실제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6. 한 인터뷰에서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거나 경계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시도는 환영받기 힘들다”고 답변하신 걸 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신앙의 틀의 경계선을 가로지르는 신학/신앙 서적을 출판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사회와 세상 속에 있으며, 교회 자체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상황 속에서 모이지 못하며 여러 질문들이 생기는 상황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질문들에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변화하는 상황 속의 새로운 질문으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고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것을 파악하고 답하기 위해 고민하는 책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책들이 아주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판매를 보면 기존의 기독교 신앙인들이나 교회에서는 자기가 생각하던 것들을 강화하는 쪽을 더 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7. 출판하신 책 중에서 총신대학교 학생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나온 책들 중심으로 말씀드리자면 “사람의 권력 하나님의 권력”이라고 앤디 크라우치가 지은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제목처럼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데, 사실 권력 하면 흔히들 정치, 또는 공적인 영역, 일반 사회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사실 권력의 문제가 성경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신앙의 문제이고 권력이라는 문제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우리에게 잘 보여줍니다. 권력을 잘 다루는 것이 우리 삶에서 왜 중요한가를 성경적이고 사회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우리에게 아주 잘 보여주어서 제가 상당히 많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석용욱 작가가 쓴 “바리스타로 오신 예수”라는 책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현시대 속에서 표현될 수 있는지를, 편안하게 글과 그림을 즐기는 가운데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분이신데 커피라는 우리 시대의 문화 키워드와 연관해서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가, 복음이란 어떤 것이고 교회란 어떤 것인지를 잘 표현합니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신앙의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리스타와 고객과의 관계, 또는 커피 자체의 특성을 통해 복음과 신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표현해줍니다.

 

8. 한국 교회는 지나치게 목회자를 중심으로 한 설교 위주의 교회 생활만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평신도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신학적 지식을 쌓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입문용 도서 추천도 부탁드립니다.

  종교개혁의 기본 정신 중 하나가 만인제사장설인데 만인제사상설이 잘못 사용되면 우리가 모두 제사장이라 말하면서 일종의 하향평준화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인제사상설에서 실제로 말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상향평준화거든요. 모든 사람이 한 명의 신자로서 성도로서 책임감 있게 하나님 앞에서 교회에서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에서, 비유하자면, 물고기만 먹게 하고 나무 한 그루만 감상하게 하는 게 아니라 신자가 물고기 낚는 법을 배우고, 숲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데 그것이 일종의 신학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학이 목회자나 신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신자가 신학적 사고를 하고 기본적 교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억지로 교육을 하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실제 신학을 배우는 기쁨과 유익을 모든 신자가 누리면서 모든 사람이 신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걸 도울 수 있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행히 여러 출판사에서 일반 신도들이 그런 역량을 키우도록 도울 책들이 계속 출간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책으로는 조금 두껍고 비싸지만 “IVP성경주석”이나 “IVP성경배경주석” 같은 기본 참고서들입니다. 목사님들이 설교할 때 간편하게 참고할 단권 주석인데, 일반 신도들도 이걸 가까이에 구비해 두고 성경을 읽을 때마다 참조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입니다.

  또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일곱 문장으로 읽는 구약”, “일곱 문장으로 읽는 신약”이라는 성경 전체의 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성경 전체를 일곱 문장을 통해서 큰 틀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큐티나 설교를 통해 해당 성경 본문에서 개인적 유익을 얻는 것뿐 아니라 그 본문이 성경 전체의 맥락 속에서 자리하는 위치를 파악하면서 살피면 더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이런 책들도 예를 들어 권하고 싶습니다. “성을 알면 달라지는 것들”이라는 책입니다. 성에 관해 다룬 책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성이 어떤 것인지 신앙의 관점에서 풀어주고 있습니다. “창조론 대화가 필요해”라는 책은 창조론에 대한 여러 입장을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과학과 신학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을 겁내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제로 어떤 주장과 설명을 제시하는지 양쪽의 대화를 잘 보여줍니다. 이런 책들을 통해서 삶의 각 영역에 관한 친절한 기독 입문 서적들을 읽어보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고민도 해결하고 세상을 살기 위한 기독교 교양 지식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독교적 문해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하며 교회에서나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9.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특별히 신학생들 사이에서 불법 복제물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걸 볼 때 과감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되길 바랍니다. 아주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순간의 이익이라는 유혹을 이기는 것이 한국 교회의 고질적 문제인 신앙의 공공성을 키우는 데 참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그런 위기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기독교 출판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 하나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을 통해서 기독교 문화의 토대가 실제로 훼손되고, 그 토대 위에서 자라야 할 문화가 메마르고 빈곤해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이 사소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신앙의 공공성 측면에서나 한국 기독교 문화를 위해서, 용기 있게 아니라고,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IVP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유익을 끼치고자 하는 공교회적인 교회병행단체로서 한국의 그리스도인과 함께 대화하면서 호흡을 나누며 걸어가고 싶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언제든 저희와 소통해주시고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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